광복70주년 맞지만 ‘완전한 광복’ 아직도 멀었다

입력 2015-08-15 23: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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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을형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NGO 환경교육연합 고문
오늘(15일) 아침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남다른 날이었다. 우리는 그래서 일본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진정한 사죄를 바랬다. 그러나 아베는 이를 비켜갔다. 애초 침략의 정의(定義)도 모르는 아베에게 사죄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들의 순진한 마음이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아시아에 고통 준 일본의 만행…잊을 만하면 분노 일깨우는 아베 총리
 
일본은 국민성 자체로만 보면 예의바르고 친절하며 남을 배려하는 태도 등을 가졌다. 일견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이들을 지배하는 정치권의 극우 정치인들은 아직도 19세기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지난날의 침략주의 망령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의 침략이 아시아 제국과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안겨주었는지 전혀 염두에 없는 듯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일제 침략자들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침략해 무차별적으로 재산과 생명을 앗아갔다. 숱한 피눈물을 흘리게 한 일제의 만행은 아직도 치를 떨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침략야욕을 품고 있는 일제의 후손들이 활개치고 있으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금의 아베 정권은 잊을 만하면 우리의 분노를 일깨우는 상징이 됐다.
 
지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의 전후 50주년 담화나 10년 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전후 60년 담화(2005년), 한일병합 100년의 간나오토(菅直人) 수상 담화(2010년)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가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담화에는 사죄가 없다. 이는 사실 군국주의 망령에 휩싸인 아베의 행보상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아베는 금년 초 NHK에서 다른 말을 해 일말의 기대를 가졌었기에 그만큼 실망도 크다. 아베는 당시 “지금까지 거듭돼 온 문구를 쓸 것이 아니라 아베정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관점에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아베는 한발 더 나아가 “전후 인구가 80%가 넘는데 이들은 과거 전쟁과 어떠한 관여도 없다. 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까지 했다. 하지만 아베의 속내는 확연히 달랐다. 본래 일본의 극우 정치는 언어의 사술(詐術)을 잘 구사하기로 유명하지만 아베는 그 도가 더했다.
 
몰염치의 극치 아베 총리…“식민지 지배하 아시아인들에게 희망을 줬다” 망언
 
아베는 인류사회의 평화와 번영의 길이 철저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서 출발함을 망각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조선합병의 발판이 된 러·일전쟁을 미화하는 부분이다. 아베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켜 냈다”며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망언을 했다. 아베만이 할 수 있는 몰염치의 극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러·일전쟁은 사실 일본이 패한 전쟁이다. 일본은 서구 열강의 도움으로 승리를 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배상은 청·일전쟁의 보상 1억5000만엔의 12배인 17억2000만엔을 받아 군비를 마련한 후 대륙 침략을 본격화 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전 아시아인들에게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는데도 아베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궤변을 하고 있으니 역겹기까지 하다.
 
일본은 러·일전쟁 후 노골적으로 대륙 침략을 자행했다. 그것은 러·일전쟁 후 우리에게 강요한 조약 아닌 조약을 맺게 하는 만행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예컨대 1905년 제1차 한·일의정서(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중립에 선 대한제국을 세력권에 넣기 위해 1904년 1월 대한제국 황성을 공격해 황궁을 점령한 뒤 강제로 체결한 조약)를 비롯해 일본군이 군사적으로 강요한 외교문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내용을 보면 자주권과 독립권을 빼앗는 것이다. 제1차 한·일의정서를 보면 △조선은 시정개선(施政改善)에 관한 일본정부의 권고를 받아 들여야 한다 △일본정부는 조선왕조의 독립과 영토보존을 보증한다 △일본 제국군대는 전술, 전략상 필요한 지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등의 내용이다.
 
러·일전쟁 후 노골화한 잇따른 침략행위들…고종황제 인준 없는 허위늑약도 미화
 
이후 제2차 한일협정서(1904년 8월 22일, 제1차 한·일늑약)는 한·일 외국인 고문 초빙에 관한 협정서다. 러·일전쟁 직후 일본이 군사적으로 강요한 외교문서인데 △조선은 일본 재정고문의 관리와 지도를 따라야 한다 △조선은 일본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을 외교고문으로 하며 외교에 관한 사항일체를 그의 관리와 지도를 따라야 한다. △조선은 외국과의 조약 또는 협정체결 시 일본제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골간을 이룬다.
 
이 늑약으로 우리는 국가의 자주성(自主性)을 잃는다. 이 같이 러·일전쟁 후 침략의 마수를 뻗친 일본이 아시아인에게 용기를 줬다는 것은 일본의 침략을 미화하는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다.
 
일본은 외교권을 박탈한 제2차 한일협약(을사늑약, 을사 5조약-1905년 11월 18일)을 강제체결하기에 이른다. 일본은 군대를 동원해 덕수궁을 포위하고 덕수궁 중명(重明殿)에서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화 하려고 강압적으로 늑약을 체결하지만 고종황제의 인준은 없었다.
 
이 뿐만 아니라 1907년 7월 24일에는 제3차 한·일(신)협약(정미7조약,丁未7條約) 아닌 늑약을 다시 체결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고종황제의 인준이 없었다. 서명이 위조되고 날조된 늑약이었다. 이를 보면 일본이 아시아인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것은 일본의 침략에 박차를 가한 것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시아인에게 수없이 많은 고통을 안겨 준 일본이 감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담화가 용납이 안 되는 이유는 이것이다.
 
이 조차도 모자라 일본은 독도를 위시해서 노골적 침략을 감행하며 1910년 8월 22일에는 소위 한·일합방늑약과 48개 칙령이라는 것을 내놓아 우리나라를 통째로 삼켜버리고 만다. 일본은 법무부관제, 경시청관제, 재무서관제(세무)를 장악하고 서명·날인을 위조·날조했다. 이런 조약들의 내용을 보면 얼마나 가증스러운 허위인지를 알게 된다.
 
최소한의 조약 구성요소나 절차도 갖추지 않은 것들이기에 조약성립 자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일본이 통절한 반성은커녕 제멋대로의 말만 골라한 아베의 담화는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침략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땅 간도 청·일전쟁 후 청나라에 넘기는 간계…헌법 상 한반도 영토규정 수정해야
 
이처럼 잔인한 수탈과 민족말살을 자행한 일본은 지금 우리를 실망케 하고 분노케 한다. 반면 우리 스스로도 돌아보아야 한다. 일본은 청·일전쟁 후 맺은 간도조약에서도 태평양전쟁의 패전을 전제로 해서 우리나라의 영토를 압록강 두만강으로 획정하는 간계까지 꾸미는 일을 했다. 간도(間島)는 엄연한 우리 땅인데도 지금도 우리들은 일본의 레일을 깔아놓은 그대로의 행보(行步)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는 헌법 제3조 국경조항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의 영토는 간도, 한반도, 제주도, 독도 등 그 부속 도서이지 청·일간 간도조약에서 압록강, 두만강으로 국경을 획정한 것은 아니다. 간도조약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로 우리 영토의 변동은 없다. 해방 후에도 우리 정치인들은 국제법 무지로 인해 엄청난 과오를 범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지금도 완전한 광복이 안됐다. 완전한 광복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과 동북3성 등 우리영토를 다 찾아야 하는 일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으면서도 우리는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을 가 봐도 독립이 아니라 일본의 식민기념관이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상고사는 아예 찾아 볼 수도 없고 고대사나 우리의 민족정기를 느낄 수 없는 참담함을 이제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 가치관의 회복으로 공동체의식과 연대의식을 회복시키고 국민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훈련으로 제2의 건국을 다시 해야 이 사회를 변화시켜갈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대개혁과 대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해내지 못하는 한 완전한 광복은 요원하다. 우리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통절한 자각과 다짐을 할 때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법(法)과 원칙(原則), 상식(常識)이 통하지 않은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의 정의(正義)가 판 치는 사회다.
 
해방70년과 한·일협정 50주년을 맞지만 우리의 정신상황은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법과 원칙 상식보다 ‘떼 법’이 판을 치고 있는 우리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통합의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일이 그 시작이고 주춧돌이다.
이을형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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