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을형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NGO 환경교육연합 고문
필자는 90년대 초 유럽 5개국 영국, 스위스, 프랑스, 독일, 이태리를 여행할 기회에 그들의 출입국관리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이들 나라는 외국인에 대해 될 수 있으면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하며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았다. 나라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영국은 의료보험도 단기체류의 외국인에게도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이태리는 집시들이 불법으로 체재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추방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자국에 들어온 외국인에 대해서는 범법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면 강제출국도 안 시키고 그들의 생존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외국인이라 함은 자국의 국적을 갖지 않은 자다. 그러나 외국인의 입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는 국가에 없다.
국가는 자국의 법령으로서 입국거부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입국 관리법에서 이를 정한다) 일반적으로는 외국인은 자국이 발급하는 ‘여권’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되며, 외국인의 체재기간은 체재국의 법령으로 정한다. 체재국의 법령에 위반하는 경우 강제퇴거를 명할 수 있다. 외국인의 취급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문명국 표준을 골자로 하는 경우(國際標準主義)와 자국인에게 주어지는 것과 같은 대우를 하는 경우(國內標準主義)가 있으나 지금은 후자가 통설로 되고 있다.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사법상(私法上)의 권리는 향유 할 수 있으나 선거권 등 공법상의 권리는 인정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3년 이상 거주했을 때 지방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불법 체류자라도 국가에 손해가 되는 자가 아니면 특별체류를 허가하고 있으며,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정주권(定住權) 제도를 두어 정주시키고 있다. 또한 불법으로 입국해서 특별체류 자격을 얻은 자일 지라도 일반 요건을 갖추면 일반 영주권을 주고 있다. 우리같이 조문에 억매여서 꼭 필요로 하는 인력을 강제출국 하는 형태는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부족한 인력을 위해 매해 이민제도로 충당해 왔는데, 멕시코 등에서 불법입국자일자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영주권내지 시민권을 주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국적의 결정은 국내법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국적법’에 의해서 정하고 있다.
외국인은 체재국의 법령은 물론 자국의 법령에도 제한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 국적을 정하는 경우 국내법의 상위(相違)로부터 부모의 국적(부친의 경우가 많다)으로 정하는 혈통주의(血統主義)와 출생지를 국적으로 정하는 출생지주의(出生地主義)로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그 결과 동일인이 2개 이상의 국적[이중국적(二重國籍)을 취득한다든가 혹은 어느 국적도 갖지 않은 무국적(無國籍)]을 갖는 일도 일어난다. 1930년 양자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헤이그 조약이 체결됐다. 21세기에 걸맞게 우리도 구미 선진국 같이 한국의 위상에 맞게 출입국관리 정책이 유연하고 더불어 사는 지구촌 가족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의 출입국관리는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언어를 쓰고 전통을 이어온 조선족은 같은 동족으로 일제의 침략과정에서 외국인이 된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모국에서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체류 자격을 완화해야 하고, 고려의 대상이 돼야하지 않은지 미래 지향적 국익의 출입국관리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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