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지침은 제2의 보호조약이다

입력 2012-07-22 13: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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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을형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NGO 환경교육연합 고문
일본의 민주화에 맥아더 사령부(GHQ)는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일본 헌법을 만들기 전 미국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천황제 폐지를 71%나 찬성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천황제의 유지에 전력투구해 일본정부의 의도대로 천황제를 유지시켰다. 일본의 외교가 맥아더 사령부(GHQ)에 집중한 결과였다. 그 결과 맥아더는 점령정책을 진행하는데 천황의 권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천황제의 유지를 지속케 했다. 1946년 3월에 일본정부는 맥아더사령부의 헌법초안을 기본으로 작성한 정부안을 발표했다. 이 헌법안은 전후 최초의 총선거를 기해 제국의회에 제출(1946.6)돼 심의 후 10월에 수정·가결됐다. 같은 해 11월 3일 공포, 그 이듬해인 1947년 5월 3일부터 시행됐다. 일본국 헌법의 기본 틀인 3원칙은 첫째는 국민주권, 즉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천황은 상징)이다. 둘째는 평화주의(전쟁의 영구 포기), 셋째는 기본 인권의 확립이었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은 패전국이면서도 제 밥그릇은 제대로 찾아 먹고 있는데 우리는 왜 제 밥도 못 찾고 있는지 안타깝다.

모계(謀計)는 국제법도 인정 하고 있다

1950년 한국에 6.25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일본과의 강화를 서두른다. 미 대통령의 특사 덜레스는 1951년 일본으로 가서 일본정부(요시다 싱에루, 吉田 茂 內閣)와 자본가 대표로부터 강화 후에도 미군을 일본에 주둔한다는 양해를 얻는다. 미국은 그들의 의도대로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52개국의 도움을 받고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우리도 이 강화회의에 참가하려고 했으나 한국은 전쟁 중인 것도 있었으나 그 보다도 일본 수상 요시다 싱에루(吉田 茂)가 “한국은 강화를 원치 않는다”는 등 미국에 집요한 거짓말을 하는 등의 방해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다. 이 같이 일본은 그때그때 마다 어려운 상황을 외교로 잘 풀고 가는 나라임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외교에서 목표를 정하고 그 뜻을 정확하게 이루어 간다. 일종의 계략없이 너무 안이하게 일을 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선진국은 대개 분명한 목표를 정한다. 나아가 계략적으로 치밀한 외교를 진행한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20세기 초 조선 확보를 위해 어떠한 원모(遠謀, 멀리 보는 계책)와 모계(謀計)로 제국주의 국가가 됐는가를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일전쟁은 만주지배를 두고 일어난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일본은 동북지방인 만주로부터 청국의 세력을 몰아내고 군대를 앞세워 조선에 진출을 도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정세를 잘 이용했다. 당시 러시아는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 아프가니수탄, 인도 북부 등에도 진출을 하려했다. 그 결과 그곳에 이권을 갖고 있었던 영국과 대립한다. 당시 일본 지도부는 열강과 힘을 합치지 않는 한 단독으로 침략전쟁을 수행할 힘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어느 나라와 제휴하면 조선을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라고 일본은 궁리에 들어갔다. 결국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영국과 동맹을 맺기로 한다. 영국 역시 그것이 득일 것이라고 판단해 신식 전함 대포를 일본에 지원해 무적함대라는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동해에서 격파하게 한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로 당시 국제정세에는 담을 쌓고 내분만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연구도, 계획도, 모계도, 노력도 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이런 타성은 나라를 골병들게 하고 위태롭게 한다.
 
자주성 없는 국가는 국가라 할 수 없다

어떤 조직도 자주성을 상실하면 그 조직은 생명이 없다. 하물며 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중대사다. 우리나라는 강대국과 조약체결을 한 사례들을 보면 미흡한 것이 너무 많다. 2001년 한·미간에 합의된 ‘미사일 지침’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탄도 미사일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설계단계서부터 최종생산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주요 정보를 미국에 제공토록 한 것은 우리 정부의 책략과 모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외교는 무엇을 이렇게 한 것인지 한탄을 금치 못하겠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신형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시설, 명칭과 위치, 연간 생산량을 미국에 통보토록 하고 있다. 우리군의 전략 무기인 현무-2(사거리 300Km. 탄도미사일), 현무-3(사거리 500~1500Km 순항 미사일) 생산량은 극비에 부쳐져 있는 사항이다. 생산시설 명칭과 위치도 우리 국내에서는 비밀로 돼 있다. 도대체 우리가 주권 국가인가. 21세기에 이런 무지한 조약이 있는가 묻고 싶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브라질, 남아공 등과도 지침을 맺고 있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하며 미루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3000Km가 넘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경우 무수단 미사일을 개발했다. 또 대포동인 경우 6700Km이상의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합리적으로도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더구나 우리와 이웃을 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30년전 인 80년대 실전배치한 미사일도 우리나라와 일본 전역에 도달한다. 일본 역시 개발한 고체로켓도 미국이 보유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수준이다. 이 같은 북한과 이웃나라들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보면 우리 주권과 자주성이 실종된 것에 다름 아니다. 한심한 일이다. 중국의 DF-31A 미사일은 1만1200Km, DF-5A는 1만3000Km 사거리로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러시아도 토폴-M 1만1000Km, R-36M2 1만0200~1만6000Km를 이미 실전 배치했다. 왜 우리만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미사일 강화는 중국을 자극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지고 나가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는 완전 무장할 때 전쟁을 억제 할 수 있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 전이나 설계단계에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사일의 핵심 정보를 미국 측에 모두 넘기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지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형 미사일이 시험발사 10회 준비완료, 또는 5회 시험발사 이후 우리 측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미사일 지침 위반 여부를 검증하는 방안에 대해 미 측과 협의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이행약속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국가 평등의 원칙에서나 전후 국제연합의 국제법위원회가 1946년 선언한 ‘국가의 권리 의무에 관한 선언’(제1~2조)에도 배치되는 굴욕적인 지침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간에 합의한 ‘미사일 지침’은 지금 바로 무효통고를 해야 한다.

국제법학의 국가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

국가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권, 독립권, 평등권, 교통권, 명예권, 자기보존권, 자위권, 외교보호권, 조약체결권 등이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인 이 모두에 배치된다. 이런 지침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굴욕적인 약속이다. 1904년 2월 23일의 ‘한·일 의정서’ 때와 같이 주권을 미국에 넘겨준 것과 진배없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다. 이를 정상 궤도로 돌려 놓아야 주권국가로서 위상이 선다. 국제법학에 있어서 국가의 권리는 국가의 기본권이라고 규정돼 있다. 주권국가는 타의 권력주체로부터 종속하지 않을 것, 즉 국제사회의 구조로부터 연역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평등의 원칙’도 국제사회의 구조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 원칙이다.

국가가 평등이라고 할 때는 첫째, 국제법의 적용에 관해서 국가는 그 대소 또는 기타 사실상의 지위에 관계없이 평등한 것이다. 이는 소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국제법의 규정 내용에 관해서 국가는 국제법상 동일의 권리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조약이 불평등이라고 하는 경우가 이 예에 해당한다. 셋째, 국가는 자기를 구속하는 국제법의 정립에 관해서 타국과 평등한 입장에 서서 참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평등은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는 것의 실체를 측면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한·미 간에 합의된 ‘미사일 지침’은 주권국가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제법의 정립에 관계되는 평등이란 이렇다. 국가는 외교교섭에 있어서 평등한 입장에 설 것, 국제회의나 국제조직에 있어서 평등한 대표권을 가져야 할 것, 표결에 있어서는 평등한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 등을 의미한다. 물론 국제조직이 대표제도 및 표결제도에 보아지는 형식평등과 실질적 평등이 문제가 돼 기능적 평등론을 둘러싸고 논쟁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미사일 지침’은 주권 국가가 아닌 종속적 관계의 지침이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잘못돼도 너무 잘못된 것이기에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답게 그 지침을 무효화해야 한다. 일방적인 주권 행사는 국제법상으로도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국, 일본, 북한이 사정거리를 몇 배나 하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만 그냥 둔 채 이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일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예측불능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거리 제한 지침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우리의 외교능력이 무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억제력으로 일본을 키우려 하고 있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도 의심된다. 우리를 둘러싼 이웃국가들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개발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위정자들은 한·미 ‘미사일 지침’을 즉시 무효화  하기 위한 외교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시정하지 않고 가는 것은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라고 떳떳이 말할 수 없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중국과 일본은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능력을 갖고 있다. 중국, 일본은 되는데 왜 한국만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말라지 않는가. 한·미 ‘미사일 지침’의 무효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무효통고의 절차를 밟고, 독자개발을 하도록 해서 국가의 위상을 바로잡고 가야 한다. 한국 미사일의 능력 강화는 미국의 아세아 전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인데,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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