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을형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NGO 환경교육연합 고문
정부조직법을 갖고 줄다리기를 하는 국회를 보고 있으면 이런 수준의 국회는 있으나 마나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2주가 지났는데도 자파와 자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도, 민족의 장래도 개의치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선조 말기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의 정치를 하다가 외적에게 나라를 잃는 비극을 맞았었다. 이런 역사를 갖고 있기에 작금의 상황을 이대로 방관할 수가 없다. 국제상식을 넘는 국회법도 마찬가지다. 자당이나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는 시대에 어긋나는 법안도 마다 않고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일본은 평화헌법을 고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서면서 우익 군국주의화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은 최악의 9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핵무장도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서 힘찬 출발을 하고 있으며, 북한은 정전협정도 무효화하며 공세를 높이고 공갈까지 마다않는데도 우리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비전의 결의도, 그리고 의욕도 찾아볼 수 없고 실천의지까지 찾아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당은 국민전체의 이익과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정치상의 주의·주장을 같이 하는 집단이다. 국회의원은 역시 국민다수의 지지를 얻어서 정치권력을 담당하고 주의·정책을 실행하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들인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자파의 정책이 우선이고 자당만이 옳은 정치판단이라고 하면서 국가민족의 전체 이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지한 법안을 가결하는 정치권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민주주의의 원리인 다수결도 과반수가 아닌 60%로 하고,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법안상정도 할 수 없게 한 것은 가관이다. 이는 국회가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행위다. 이 법 때문에 국회는 향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1919년 6월 28일 대독일 강화조약인 베르사이유 강화조약에서 조인된 국제연맹규약에 따라 성립한 ‘국제연맹’은 국제평화의 유지와 경제적·사회적 제 문제의 국제협력 촉진 등 좋은 취지로 출발했으나 총회의 가결에 대해서는 전원일치로 한 결과 그 기능을 다 할 수 없었다. 그 결과로 무력화된 국제연맹은 전쟁을 막지 못하고 소멸한 것과 다름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민주정치 역행하는 정당은 없어져야
민주정치는 의회의 정치형태를 통해 선출된 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정치활동을 행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량들은 기대에 못 미친다. 정당 또한 부동적(浮動的, 진득하지 못하고 들떠 있음)인 성향이 있는 국민의 의사로부터 해당문제에 공통하는 최대공약수를 찾은 뒤 여기에 약간의 정책을 들고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후보자를 세워 선거에 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권을 담당한 정당이든 아니든 정당과 의원은 충실히 공약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당은 이렇듯 당면한 정치상의 쟁점 등을 널리 국민에게 알리고 계몽해 국민과 밀접한 접촉을 갖고 정치진로를 결정해 가면서 민주정치의 발전을 스스로 담보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은 너무 산발적이고 중심이 없다. 대중의 의사와 국가권력을 결부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의회정치가 중우정치(衆愚政治, 어리석은 다수가 잘못 이끌어 가는 우매한 정치)에 빠진 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작금의 정당은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무정견의 집단같이 움직여 온 것 같은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하는 정당이 있는가 하면 국가의 국시를 무시하면서 애국가도 안 부르고 태극기에 경례도 안하는 정당과 연합해 선거를 치르면서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야합 정당이 있기도 하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민의례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대관계에 있는 이북을 찬양하는 정당이 국회에까지 진입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정당은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전체의 이익을 대표하고 구체적인 해결 가능한 범위에서 대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몸싸움부터 하는 몰상식한 국회가 돼서는 곤란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몰상식 국회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여·야가 합의해야 법안을 상정토록 한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면서 부끄럽고 한심하다. 지금 정부조직법도 이런 함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구제 못할 국회다. 영국의 정치가가 말 했듯이 “정당은 사회로부터 국가에 바친 다리(橋)”라고 했다.
지금 이런 일로 시간 낭비할 때인가
국가를 위해서 기능을 최대한 넓혀가도 갈 길이 먼 우리인데 국회는 국내외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아둔한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정세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이웃나라들이 모두 새 정부로 출범해서 활기차게 정력적으로 나가고 있지만 우리만 유독 과거의 구태와 구습에 억매여 정체(停滯)하고 있다. 그 원인제공자가 누구라고 보는가.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 못한다면 이런 정치인과 정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존재가치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정부조직법을 갖고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남과 북이 총칼을 들고 대치하고 있다. 대남 적화통일에만 목적을 두고 힘을 유지해 온 김정은 북한 정권은 지난 1953년 7월 27일에 조인한 한국전쟁 ‘정전협정’까지 백지화하고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나아가 강영철 군 정찰총국장이 조선중앙 TV에 나와서 공갈을 하는 와중에도 정쟁만 일삼는 우리 정치권은 차라리 정상이 아니다.
출범한지 보름이 지나도록 조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도움은커녕 정권의 발을 잡아당기는 형세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며 현명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새 정부 100일간 수많은 법안이 통과돼 난국을 돌파했다. 이 같은 역사를 안다면 이럴 수가 없다. 국회 청문회도 선진국 형으로 청렴도나 정책담당능력 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달라져야 한다. 인격을 존중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고함이나 치고 훈계식으로 끌고 가는 청문회는 문제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된 미국 이민 1.5세 김종훈 지명자는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남은 인생을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꿈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나라의 운명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정부조직 개편안을 갖고 대립했던 혼란상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었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그의 꿈을 접게 한 것은 차라리 범죄다. 국회가 그런 죄를 범했다. 김종훈 지명자는 개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정치권은 절치부심 반성해야 한다. 인사는 ‘필요성’을 중시하는 것인데, 너무 요란한 이런 저런 토를 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파벌적 문제 개혁해야
우리 정당들은 언제쯤 불안정을 해소하고 안정된 대중 정당화가 되는 것인지 기약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정당의 기능은 선거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관심을 자극해 세론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광범한 지지자를 결집시켜 평상시에도 정치적 결정에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정당은 7~8번이나 당 명칭을 바꾸기까지 하고 있는데, 정작 당명이 문제가 아니고 그 당명을 바꾸는 취지와 진정성이 문제다. 아무리 당명을 그럴듯하게 바꾸면 무엇하는가. 그런 정당이 오늘에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으니 하는 안타까움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문제점은 파벌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는데 있다. 파벌적 이해가 우선하고 파벌적 충성거래나 비자유주의적 폐쇄정당제로 나아가고 있다. ‘인물정당’과 ‘정책정당’의 합리적 결합이 잘 안 되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고 가려는 성향만을 갖고 있어 의회정치의 불신을 낳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정치 문외한들이 돌출하는 자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정당조직의 미확립이나 유권자의 정치적 의식이 낮음에 따라 선거가 정책논의가 아니라 자금(돈)의 많고 적음으로 결정되는 경향을 가져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당은 자금 원조를 해주는 제반의 압력단체나 실력자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 내의 파벌을 확대·재생산해 부패정치와 오직(汚職)을 낳고 있는 중이다.
이제 우리도 정권안정과 선거에 있어서 정당을 용이하게 선택 할 수 있는 국민의식을 제고시켜 세론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게 건전한 정당정치 형태로 탈바꿈 돼야 할 때다. 잘못된 고리는 끊을 수 있게 지난날의 과실을 거울삼아 선진국같이 청렴하고 정직하면서 능력 있는 후보들이 국회 안에 채워져야 한다. 지방명사나 보스의 당선을 용이하게 해 의원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철저히 예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의원정족수도 도시 인구집중과 농촌 인구감소 등의 문제를 시정하는 정책을 펴야 하고 선거자금, 사전운동, 선거관리도 제대로 해서 신성한 정치인이 될 인재가 정계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인물들로 물갈이가 꼭 필요한 것이다. 정치자금이 최소화 되는 선거제도도 도입해서 의원들이 정치의식 개혁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우리는 민주정치를 위해서 선거권을 확대해 왔으나 오늘의 정치권은 정부조직법을 물고 늘어져 정부구성을 지연시키는 것을 보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늘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정치권으로 국회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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